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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의학과 전문의 칼럼] "참으면 병이 됩니다" — 통증을 오래 방치하면 안 되는 의학적 이유 4가지 (최신 연구 분석)

"선생님, 많이 안 아파서 참았어요. 죽을 정도는 아니라 견뎠지요. 나이 들면 다 그런가 보다 하고 방치했더니..."

통증의학과 진료실을 운영하며 어르신들께 가장 많이 듣는 안타까운 말씀입니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혹은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일까 봐 통증을 수개월, 수년씩 참다가 병원에 오시는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초기에 오셨다면 가벼운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금방 회복되셨을 텐데, 치료 시기를 놓쳐 통증이 만성화되고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지신 후에야 찾아오시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오셨다면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어르신, 결코 어르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가족을 위해 평생 참는 것이 덕목이라 생각하며 살아오신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신 의학 연구들은 "통증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방치할 경우 뇌와 신경계, 심리 상태까지 바꾸어 놓는 치료 대상 질환"이라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최신 의학 논문 10편의 검증된 근거를 바탕으로, 통증을 오래 방치했을 때 우리 몸과 뇌에 어떤 위험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어르신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통증 방치가 뇌와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 (최신 의학 패러다임)

과거에는 통증을 단순히 '관절이 닳거나 근육이 뭉친 문제'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최신 통증의학 패러다임에 따르면, 통증 신호가 지속되면 뇌와 신경계의 감각 스위치가 고장 나 통증을 더 예민하게 느끼는 '신경계 만성화 상태'로 변화합니다.

통증 방치의 악순환

① 뇌의 기억 담당 부위(해마) 수축 및 인지기능 영향

통증 신호가 24시간 끊이지 않고 뇌로 전달되면, 뇌 신경 세포는 지속적인 과부하 상태에 빠집니다. 특히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 부위의 용적이 감소하고 신경망이 위축된다는 사실이 세계적인 학술지(PNAS 등)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7, 8]. 통증을 방치하는 것이 뇌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② 수면의 질 저하와 통증의 악순환 (Sleep EEG 분석)

밤에 통증 때문에 잠을 설치는 어르신들이 많으십니다. 수면 뇌파(EEG) 연구에 따르면, 통증은 밤사이 우리 몸을 깊이 회복시키는 '서파 수면(Deep Sleep)'을 방해합니다 [9].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통증을 억제하는 뇌 물질이 줄어들어 다음 날 통증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다시 잠을 못 이루는 통증-불면의 악순환이 형성됩니다.

③ 뇌 신경염증과 우울감·무력감 심화

통증 부위가 여러 곳으로 늘어나거나 오래 지속되면, 체내 미세 염증 반응이 유전자 및 신경계와 상호작용하여 뇌 신경염증을 유발합니다 [4, 5].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생화학적 변화로 인해 우울감, 불안, 심리적 무력감을 유발하게 됩니다.


2. 대규모 의학 연구로 밝혀진 통증 방치의 4가지 위험성

최근 5년간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들은 통증 방치가 가져오는 신체적·정신적 위험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 1. 수술·외상 후 통증의 만성화 (CPSP) 및 장기 신경통 [1, 2, 3]
  • 2. 다부위 만성 통증과 뇌 해마 위축 및 인지장애 위험 [7, 8]
  • 3. 보행 장애 및 일상생활 독립성 상실 [6]
  • 4. 소염진통제 남용으로 인한 위장·신장 손상 위험 [10]

1) 수술 및 외상 후 통증 방치가 가져오는 장기 장애 [1, 2, 3]

수술이나 퇴원 후 발생하는 통증을 "수술했으니 당연히 아프겠지" 하고 참으면, 급성 통증이 신경에 고착되어 '수술 후 만성 통증(CPSP)'으로 발전합니다 [1, 3]. 연구에 따르면 퇴원 후 상당수 환자가 중등도 이상의 통증을 경험하며, 이를 방치할 경우 독한 약물에 장기 의존하거나 신체 기능장애로 이어집니다 [2].

2) 다부위 만성 통증과 치매 및 인지기능 저하 위험 [7, 8]

대규모 인구 코호트 연구 및 메타분석 결과, 만성 통증을 가진 어르신은 인지기능 장애 및 치매 발병 위험이 현저히 높았습니다 [7]. 특히 무릎, 허리, 어깨 등 2곳 이상에서 지속되는 다부위 통증(Multisite pain)이 있을 때 뇌 해마의 위축 속도가 가속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8].

3) 일상생활 이동 및 인지 장애 (삶의 질 저하) [6]

인구 조사 연구에 따르면, 만성 통증을 방치한 어르신들은 그렇지 않은 어르신들에 비해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계단 오르내리기나 장보기 등 일상적 이동 기능과 독립성이 크게 저하되었습니다 [6].

4) CDC 임상지침이 강조하는 초기의 다각적 치료 필요성 [10]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신 통증 진료지침은 통증 치료의 핵심 목표를 단순한 약물 투여가 아닌, '초기 진단을 통한 기능 회복과 삶의 질 개선'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10]. 약물에만 의존하거나 방치하기보다, 통증 원인을 정확히 찾아 맞춤형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3. 어르신들이 자주 묻는 질문 TOP 3 (Q&A)

조기 치료와 건강 관리

Q1. "병원에 가면 약이나 주사를 계속 맞춰서 몸에 해롭지 않을까요?"

A.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통증의학과의 조기 치료는 무조건 강한 약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 부위의 염증을 줄여주는 안전한 신경차단술, 물리치료, 도수치료, 운동요법을 병행합니다. 오히려 통증을 참다가 약국 소염진통제를 과다 복용하는 것이 위장관 출혈이나 신장 기능 저하를 유발해 훨씬 위험합니다.

Q2. "수술을 받아야만 통증이 사라지나요?"

A. 대부분 수술 없이 비수술적 치료로 회복됩니다. 통증 초기에 병원에 오시면 간단한 시술과 주사 치료, 맞춤형 운동 치료만으로도 80~90% 이상 통증이 크게 호전됩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극히 일부이며, 조기 치료야말로 수술 가능성을 낮추고 치료 비용과 시간을 대폭 아끼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Q3.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아픈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A. 나이가 든다고 해서 통증을 참아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변화와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서의 통증'은 엄연히 다릅니다. 통증을 나이 탓으로 돌리고 방치하면 뇌 인지기능과 수면, 마음 건강까지 위협받게 됩니다. 통증은 치료하면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습니다.


4. 통증의학과 전문의의 따뜻한 당부 (결론)

어르신, 통증은 우리 몸이 보내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가장 정직한 신호입니다.

"죽을 만큼은 아니라서", "자식들 걱정할까 봐" 참으셨던 그 깊은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참는 것은 어르신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 아니며,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치게 만드는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제는 참지 마시고, 통증이 시작될 때 편안한 마음으로 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찾아주세요. 초기에 오시면 소중한 시간과 치료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으며, 밤마다 편안히 주무시고 활기찬 일상을 되찾으실 수 있습니다.

어르신의 활기차고 통증 없는 건강한 노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5. 참고 문헌 (References - 최신 의학 논문 출처)

  1. Bansal N, Bansal N, Ang S, Chen LC. Prevalence and determinants of chronic pain and persistent opioid use after surgery: A review of systematic reviews. British journal of pain. 2024;18(1):95-103. [PMID: 38344265]
  2. Park R, Mohiuddin M, Arellano R, Pogatzki-Zahn E, Klar G, Gilron I. Prevalence of postoperative pain after hospital discharge: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Pain reports. 2023;8(3):e1075. [PMID: 37181639]
  3. Moka E, Aguirre JA, Sauter AR, Lavand'homme P, ESRA. Chronic postsurgical pain and transitional pain services: a narrative review highlighting European perspectives. Regional anesthesia and pain medicine. 2025;50(2):205-212. [PMID: 39909553]
  4. Tenti M, Proietti S, Fagnani C, et al. Mediators of the Pain-Depression Relationship in Adults with Chronic Pain: A Systematic Review and Exploratory Meta-Analyses.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2026;15(15):5784. [PMID: 42589889]
  5. Jiang R, Geha P, Rosenblatt M, et al. The inflammatory and genetic mechanisms underlying the cumulative effect of co-occurring pain conditions on depression. Science advances. 2025;11(14):adt1083. [PMID: 40173244]
  6. McDonald M, Kamerman PR, Parker R. Chronic pain is associated with disability: results from a large, population-based survey in South Africa. Pain reports. 2026;11(2):e1417. [PMID: 41788787]
  7. Qiu D, Zhou ZB, Li XY, Hashimoto K, Yang JJ, Wang XM. Chronic pain and risk of cognitive impairment: a meta-analysis of longitudinal cohort studies. Translational psychiatry. 2026;16(1):133. [PMID: 41792103]
  8. Zhao W, Zhao L, Chang X, Lu X, Tu Y. Elevated dementia risk, cognitive decline, and hippocampal atrophy in multisite chronic pai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PNAS). 2023;120(9):e2215192120. [PMID: 36802440]
  9. Reid MJ, Quigg M, Finan PH. Sleep-EEG in comorbid pain and insomnia: implications for the treatment of pain disorders. Pain reports. 2023;8(6):e1101. [PMID: 37899939]
  10. Dowell D, Ragan KR, Jones CM, Baldwin GT, Chou R. CDC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or Prescribing Opioids for Pain - United States, 2022. MMWR Recommendations and reports. 2022;71(3):1-95. [PMID: 36327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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